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강론

윤종국 마르꼬 신부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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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7,10-14; 8,10ㄷ; 히브 10,4-10; 루카 1,26-38

(독서와 복음 본문은 <매일미사> 3월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성탄 대축일이 12월 25일로 확정된 후 만 9개월을 역산해서 제정된 것입니다.

오늘 1독서는 구세주의 동정녀 탄생에 대한 이사야서의 내용이고, 복음은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께 나타나 구세주 잉태의 소식을 전하는 내용입니다. 

1독서에 등장하는 아하즈 왕과 복음에 등장하는 성모님의 반응은 같은 소식에 대해서도 정반대입니다.

아하즈 왕은 예언에 대해 겸손을 가장한 불신을 보이는 데 비해 성모님은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는 의탁의 태도를 보입니다.

우리 신앙의 내용이 다 그렇지만 특히 구세주의 탄생은 믿음 없이는 알아듣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씨앗은 인간의 믿음이라는 자양분을 통해 세상에 피어납니다.

저는 하느님의 외아드님이 성모님의 태중에서 만 9개월 동안 계시다가 태어나셨다는 사실이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성모님의 태중에서 보내신 9개월은 우리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 역시 우리 생각과 말과 행위로 구체화되기까지 우리 내면에서 자라날 필요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말과 행동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않고 그때그때 너무 가볍게 나오곤 합니다. 그래서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처럼 살면서도 한 걸음 늦추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가는 것을 마치 죄악처럼 생각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오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면서 말씀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시고 충분한 기간 몸에 담고 계셨던 성모님을 본받아 우리가 받은 구원의 말씀을 우리 안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말씀의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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