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본당 사목 목표



"순교 복자들의 모범을 이어갑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께서는 2020년 사목교서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를 사목목표로 발표하셨습니다. 이미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도 2019년 전교주일 담화문에서 “저는 언제나 선교사이고, 여러분도 언제나 선교사입니다. 세례 받은 모든 이가 선교사입니다.”라고 말씀하시고,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가 무엇보다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교구장님은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특히 각자가 속한 지역 본당 안에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배우고 시작하며 성장시켜 나감을 환기시키시며, 본당 공동체가  복음을 전하고 증거하는 선교하는 공동체가 될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본당 사목구가 복음을 전하는 유일한 기구는 아니지만, 끊임없는 자기 쇄신과 적응력을 보여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자기 아들딸들의 집안에서 살아가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본당은 그 지역에 사는 교회의 현존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인 생활이 성장하는 장소이며, 대화와 선포, 아낌없는 사랑 실천, 그리고 예배와 기념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하여 본당 사목구는 그 구성원들이 복음 선포자가 되도록 격려하고 교육합니다. 본당 사목구는 공동체들의 공동체이고, 길을 가다가 목마른 이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지성소이며, 지속적인 선교 활동의 중심지입니다.(복음의 기쁨 中에서)


   2020년 사목교서에 따른 지침에서 주목할 내용은 <복자 주문모, 복자 최인길, 복자 강완숙이 이룬 하나 된 공동체의 삶을 본당의 평신도 - 수도자 - 성직자가 이루도록 노력합시다>라는 표현입니다.

   가회동본당 공동체는 본당설립 70주년인 2019년을 매우 의미있고 은총 가득한 한 해로 보내면서 교구 내 신자들과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열정적이면서 신심 깊고, 본당의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력을 보여 온 가회동본당 공동체의 모습이 평화방송을 통하여 전국에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모범은 역사적으로 오랜 뿌리를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가회동본당이 위치한 북촌은 225년 전 이 땅에서 복자 주문모 신부님에 의해 첫 공동체 미사가 봉헌되었을 뿐 아니라, 첫 여성회장인 강완숙을 중심으로 한 평신도들이 신유박해 때까지(1801년) 맹활약을 한 곳입니다. 한 때 북촌은 한국천주교회의 선교 거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청이 국제적인 순례코스로 인정한 서울 천주교 순례길에 가회동본당이 포함되면서 신자들의 꾸준한 순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반면 현재의 가회동본당은 유명 연예인 커플이 혼인한 곳, 북촌에 위치한 아름다운 건축이 돋보이는 장소 이상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입니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 가회동본당은 주요 목적지가 아니라 인근‘다른 명소’와 연계하여 잠시 들르는 곳으로 인지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본당 구성원의 고령화 문제, 거주인구 감소로 지역 공동화 현상, 일부 봉사자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동체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이럴 경우 더욱 자기 안으로 움츠려들며 지역과 분리된 우리만의 공동체에 함몰될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현대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의 영향이 공동체에서 누룩처럼 스며들어 신앙생활이 개인의 필요에 따라 참여하고, 사교에 보탬을 위한 일종의 클럽활동처럼 취급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서의 본당 역할이 상당히 방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저력은 규모가 아니라 복음에 대한 신뢰와 충성에 있었습니다. 박해받는 시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도 그분들은 충분히 선교사명을 수행하였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그러한 모범은 북촌에서 활약한 초기 한국교회 신자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면모입니다. 

지나간 조상들의 활약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박물관적 신앙생활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우리 삶의 모습이 이 시대에 복음의 증거와 희망이 되도록 서로 격려하고 채워주기를 요청하며 함께 기도하고자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

주임신부    이  승  태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