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오르간은 정영자(세레나), 김용옥(미카엘)부부가 기증하였고 독일의 얀(Thomas Jann)에서 직접 제작한 기계식이다. 설계 때부터 파이프오르간 넣으려고 했던 이유가 있다. “북촌한옥마을에 가면 조그맣고 예쁜 성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늘 천상의 소리가 들려”라는 이야깃거리(Story-telling)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 천상의 소리는 파이프오르간 소리이다. 모든 악기 중에서 인간의 심성을 가장 깊게 터치하는 것이 파이프오르간 소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계식 오르간을 계획한 것이다. 늘 천상의 소리가 들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 파이프오르가니스트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연주하거나 연습할 악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왜냐하면 파이프오르간이 대부분 전자식이기 때문에, 연주를 하면 할수록 감가상각이 일어나므로 유지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악기를 아껴야 하기 때문에 연습을 자주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계식 오르간은 연주를 해주면 해줄수록 소리가 터져서 아름다워진다. 예를 들면 백 년 이백 년 된 바이올린 소리가 기가 막히게 좋은 것은 악기의 소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기계식 오르간은 연주를 많이 하면 할수록 소리가 좋아진다. 전공자의 권고에 의하면 하루에 2시간 이상 쳐주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기계식 파이프오르간이 많지 않지만 파이프오르간 전공자들은 많다. 그러므로 오르간 전문가들에게 연습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연습을 많이 해주면 소리가 좋아지니까 연습할 기회를 주는 대신에 본당의 평일미사의 반주를 하게 하면 서로가 좋은 결과이다. 전공자들이 낮 시간에도 연습을 하면 순례자, 관광객, 방문객들이 왔을 때 늘 천상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면 본당도 상승효과(업그레이드)가 있게 된다. 오르간 수석을 교수 수준으로 하면 지휘자도 이에 맞추어 전공자가 하게 되면 성가대도 향상된다. 그리고 전례의 기도 분위기도 상승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비록 비용은 많이 들지만 굳이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이 파이프오르간의 가격은 부가세 빼고 4억 정도인데 기증을 받았다. 기증을 받게 된 과정은 기적과 같았다. 처음에 신자들의 대표 몇몇은 파이프오르간을 처음부터 설치하는 것에 반대를 했다. 성전이다 완성되고 건축비용이 남으면 설치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임신부는 공사하다보면 돈이 남을 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처음부터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비가 남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설치하면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를 무릅쓰고 파이프 오르간을 넣을 생각으로 모금을 나갔다. 첫 모금을 나간 본당은 혜화동본당이었다. 그런데 4지구장인 최동진 신부는 혜화동이 지구장 본당이기 때문에 모금을 워낙 많이 와서 절대 사천만원이 넘지 않을 것이며 삼천만원 넘으면 많이나오는 것이니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큰 기대감 없이 모금을 했는데 약정 금액까지 일억이 나왔다. 너무 고마워서 주소를 남겨 놓은 사람들에게 모두 주임신부가 편지를 써서 보냈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별지로 파이프오르간에 대해 설명서를 넣었다.그리고 첨부한 파이프오르간에 관한 설명서를 지인들 가운데 재력가가 있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께 전해 주도록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어떤 분이 편지를 받아보고 감동을 받고 바로 주임신부에게 전화를 했다. 그분은 기부를 굉장히 많이 하시는 분이었는데 혜화동에서 모금할 때 건축헌금으로 십만 원을 냈다고 했다. 금액이 조금 적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 더 할 것을 그랬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주임신부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아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모금을 해갈 때는 아쉬운 소리를 하고 모금을 해가고 나면 그만인 것이 보통 있는 일인데 편지를 받고는 감동을 하던 차에 파이프오르간 설명서가 있어서 읽어보고는 바로 자신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임신부에게 바로 전화를 한 것이다. 전화를 받은 주임신부는 파이프오르간 기증하겠다는 말에 그렇게 비중있게 듣지 않았다. 그런데 전화를 한 기증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에 바로 받아 적고 전화를 끊은 후에 검색을 해봤더니 유명인사였다. 종로5가의 종오약국 대표 정영자(세레나)자매님이었다. 그 분이라면 헛된 소리 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 다음날 주임신부가 쓴 책에 저자 사인하고,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한 CD를 가지고 찾아갔다. 그분을 찾아가서 감사를 드렸더니 그분은 오르간 기증을 결정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현금이 없고 8월 달에 적금을 타는데 그때 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그때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주임신부의 생일을 알지 못했지만 우연히 생일에 50%를 먼저주었고, 주임신부가 암 수술을 받은 후에 고통스러워한다는 말을 듣고 위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50%를 마저 채워준 것이 7월이었다.


그 분은 원래 혜화동 신자가 아니고 성북동 신자라고 했다. 지방을 내려갔다 서울에 올라오니 밤 8시 30분이 되었는데 이미 성북동 미사는 끝났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 가려다가 혜화동에 밤 9시 미사가 있다는 생각이 나서 밤 9시에 혜화동 미사를 나왔다가 모금을 하는 주임신부의 강론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날 따라 지방에 갔다가 늦었으며 왜 하필이면 혜화동에서 미사를 드렸냐는 것이다. 만약에 성북동에서 미사를 드렸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이 일은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셨다.” 라는 말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때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그중에서 사진 한 장이 기증해 주신분과 주임신부와 함께 나온 사진이 있어서 사진 찍은 사람이 사진을 정리하면서 놀랐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사진을 찍을 때만해도 그분이 누군지 몰랐는데 사진에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적같이 파이프오르간을 처음부터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렇게 해서 혜화동에서만 한번에 5억을 마련하게 되었다.


성전에서 전면에 보이는 파이프오르간의 큰 파이프는 낮은 음을 내는 것이며 높은 음을 내는 파이프는 크기가 작고 오르간 내부에 모두 들어가 있다. 사양은 트럼펫을 포함해서 20 stop으로 추가로 제작 주문했다.메모리가 2,000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더라도 불편함이 없이 자기 메모리를 지정해놓고 연주를 할 수 있는 오르간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염분 때문에 파이프가 부식될 수 있으므로 성수 예식을 할 때 절대로 파이프에다가 성수를 뿌리면 안 된다.